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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트럼피즘’의 위협과 허점

2024-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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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귀환이 글로벌경제에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10~20% 보편관세 부과, 상호무역법 제정으로 관세의 상호 평등화, 중국에 대한 60% 관세 부과 등을 공약했다. ‘트럼피즘’에 의한 보호무역주의는 무역의 이익을 위한 국제통상 규범을 거부한다. 일방적 보호무역주의 조치는 WTO의 다자적 체계에서도, FTA 중심의 양자적 체계에서도 시장 개방도를 악화시킨다. 하지만 우리는 안일하게 규범 위반이라고 훈계하거나 저항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공정의 저울추는 더디게 움직이고 부당과 불공정의 칼날은 빠르게 다가온다. 탄력적 틈새 방어와 역공이 필요하다.


보편관세 부과의 대중적 선동 메시지는 누적된 경상수지 적자이다. 미국의 지난 20년 간 경상수지 적자의 누적 규모는 11조 7800억달러에 이른다. 최근 4년간 경상수지 적자는 연평균 9113억달러 수준이다. 서비스 무역으로는 흑자이지만 상품무역 적자가 압도적인 결과이다. 한미 자동차 교역을 예로 들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한 승용차는 130만대였는데(미국내 생산 제외), 수입한 미국 승용차는 1만6620대에 불과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러한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수입 규제가 정당하다고 여길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의 공산품 평균 관세율이 3%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관세율 10~20%를 모든 수입 상품에 부과하겠다는 발상은 기상천외하다. 아마도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탄력적으로 적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60% 부과 공약은 매우 위협적이다. 미국은 2001년 중국의 WTO 가입 이후 줄곧 제1의 수출시장이며, 지난 24년 동안 중국의 대미 수출 규모는 세계 전체의 14.5~19.2%를 차지했다. 반면에 중국의 미국 상품 수입 의존도는 총수입액의 6.5% 수준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중국과의 상품무역에서 2022년과 2023년 각각 3830억달러와 2794억달러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으로서는 상품 수출의 15% 정도가 관세 폭탄을 맞는 셈이다. 2022년 1300억달러, 2023년 1043억달러 규모의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한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산업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이다.


‘상호무역법’ 제정 공약은 보편관세 공약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지만 교역 상대국을 위협하기에는 단순명료하다. 미국의 수출 상품이 부담하는 관세율만큼 미국도 수입 상품에 동일한 관세율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초등학생이 번잡한 전철 안에서 대학생을 떠밀며 호흡을 가다듬으려 하자 대학생도 떠밀린 만큼 초등학생을 떠미는 것이 공평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트럼피즘’의 보호 무역주의 강화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관세 인상에 의한 수입 감소와 국내 산업 보호, 수입대체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 물가의 상승, 소비 위축, 생산 및 소득 감소의 악영향을 확산시킬 수 있다. 1930년대처럼 관세 인상이 국제적 도미노 현상으로 번진다면 그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에는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에 국한해서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2기에서 추가 관세 부과가 모든 수입 상품으로 확대된다면 수입 물가 상승의 전반적 파급영향은 증대될 것이다. 만일 물가 안정화를 위한 금리인상 기조가 재현된다면 달러 강세와 환율 인하(절상)로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적자는 심화될 것이다. 고율 관세로 경상수지 적자를 해소하려다가 오히려 악화시킬 수도 있다. 2017년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본격화됨에 따라 미국의 대중국 경상수지 적자 폭은 2018년 4192억달러에서 2020년 3108억달러로 감소했으나 2022년에는 3829억달러로 다시 상승했다.


보편관세 부과의 근거로 1930년 관세법과 1977년 비상경제수권법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무트-홀리 법’이라고도 일컬어지는 1930년 관세법의 시행은 2만개 이상의 품목에 대해 평균 60% 수준의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1929년 10월말 주가 대폭락으로 촉발된 대공황의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고 평가된다.


‘트럼피즘’의 위협에 지레 겁먹고 미리 머리를 조아릴 필요는 없다. 대외적 관세 폭탄이 대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통찰하는 미국 내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확대 재생산할 필요가 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출처 : 대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