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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번 경제위기는 다른가?

202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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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결이 다른 위기감에 빠져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생채기가 염증으로 커졌다. 저성장, 고금리, 고부채, 고물가, 저투자, 저소비, 부동산시장 불안정, 교역조건 악화 등 민생경제와 직결된 경제 여건이 우려스럽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4%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58.2%, EU 회원국 평균의 77.4%, OECD 전체의 80.7%에 해당된다. 생산요소의 양적 투입 확대를 배제한 숙련도, 기술력, 사회적 자본, 정책과 제도적 요인 등을 고려한 질적인 측면의 총요소생산성을 보더라도 소폭 증가세이긴 하지만 미국의 61.4%, 독일과 프랑스의 각각 66.2%와 67.5%에 불과하다.

 

지난 5년 동안 가계부채는 20.0%가 증가했고 기업과 정부의 부채도 대폭 증가했다. 상품무역의 수입단가 대비 수출단가를 비교하는 순상품교역조건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내 2022년에는 2015년에 비해 15%가 악화되었다. 채산성이 악화된 것이다.

 

김인준ㆍ이영섭 교수는 신간 ‘이번 경제위기 다르다’에서 세 가지 이유를 피력했다. 먼저 과잉부채와 경제취약성 악화를 지적했다. 지난 5년간 저금리 기조에서 가계, 기업, 정부, 금융기관의 부채가 급증했고 과도한 신용팽창으로 우리 경제가 취약해졌다는 것이다. 둘째, 저성장의 고착화와 경제 활력의 저하를 주장했다. 즉 생산인구의 감소뿐만 아니라 자본투입의 경제성장 기여도도 감소했다는 것이다. 자본투입 의욕의 저하는 정부의 각종 규제와 세제, 기업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이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셋째는 부의 양극화와 사회 갈등 심화이다. 정치적 진영 논리가 확산되면서 사회적 갈등과 불안이 성장과 분배의 악순환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신보호무역주의도 커다란 암초로 작용하고 있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표출시킨 자국 우선주의 정책은 ‘비정상적’ 통상정책의 ‘정상화’가 되었다. EU와 일본은 물론 중국,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들도 핵심 원자재 수출을 통제하면서 신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전략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로서는 통상마찰을 최소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기회비용의 부담이 점증한 셈이다. 2024년에 미국, EU, 일본 등 40여개 국가에서 치러지는 대선 또는 총선의 결과에 따라 신보호무역주의의 기조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 사회의 급격한 저출산 고령화 추세는 가장 심각한 위기 요인이다. 단순히 인구감소와 복지 비용 지출 증대의 문제만이 아니다. 축구 경기에서 1명이 퇴장하면 나머지 10명의 움직임과 전술에 중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치밀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순식간에 돌이킬 수 없는 실점을 하게 된다.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디지털 전환 기술력의 발전으로 생산력은 확대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경제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과잉 생산력은 투자 감소와 경제 동력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며, 전반적인 경제력 약화와 불균형적인 부의 재분배를 초래할 것이다.

 

경제위기의 본질은 경제순환 구조의 장애 발생이다. 금융 부문에서든 실물 부문에서든 투자와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 구조에 제동이 걸림으로써 경제위기가 초래된다. 동맥경화가 심장병과 뇌경색을 유발시킨다고 하지만 사실은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결과이다. 외환위기이든 금융위기이든 글로벌 공급망 위기이든 경제위기의 해법은 중장기적 선순환 구조의 혁신에서 찾아야 한다.

 

총요소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경제체계의 혁신이 긴요하다. 금융구조와 체계, 세제와 재정지출, 연구개발 투자, 사회적 인적자본 투자, 사회적 자본 형성 등을 정치적 진영 논리가 아니라 경제 논리에 의해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의 혁신이 필요하다. 자녀 출생과 양육, 노동생산성 향상이 병행될 수 있는 일하는 구조와 방식의 혁신을 정책적으로 우선 추진해야 한다. 노동 개혁 없이는 인적자본 중심의 우리 경제의 활성화는 위선적이다.

 

국제통상 역량의 혁신도 필수적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더라도 대외 적응력과 영향력을 강화한다면 국내 시장의 제약을 초월할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해외에서 유입된 경제위기일지라도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출처 :  대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