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무역적자’의 복병을 만났다. 올 4-7월 연속 상품무역에서 적자를 나타냈다. 4월의 24.8억달러 규모 적자 폭이 7월에는 46.7억달러로 거의 2배 증가했다. 상품 수출 규모가 21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수입 증가세가 더 커진 결과이다. 이대로라면 올해 무역적자 규모는 역대 최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7월까지 누적 무역적자 규모가 이미 150억달러를 초과했다.
원유, 천연가스, 석탄 등 에너지 자원 가격이 급등했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독일,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로 무역적자를 겪고 있다고 위안 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경제에는 바짝 긴장해야 할 요소들이 있다. 산업과 무역구조의 대외 의존도가 높고 환율의 변동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1997년 11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전까지 무역수지(상품수지)를 포함한 경상수지는 1993년을 제외한 1990-1996년 줄곧 적자를 기록했다. 1990년 경상수지 적자폭은 28억달러 수준이었으나 1996년엔 245억달러로 확대되었다. 부족한 외환은 대외 차입으로 충당되었다. 정부는 누적된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외국자본 유출을 우려하여 원화의 가치를 유지하려고 환율상승을 억누르고 있었다. 마침내 외환위기가 분출됐다. 1997년 10월 평균 환율 922원/달러는 1998년 1월 1,707원으로 1.9배 상승했다.
1998년부터 2021년까지 연간 경상수지는 지속적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후 흑자 폭은 크게 증대되어 올 6월 현재 외환보유고는 4,383억달러에 이른다. 1997년 외환위기 시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외환보유고가 확충되었지만 4개월 연속 상품무역 적자 폭의 확대는 산업과 무역구조에 경고등을 깜박이고 있다.
일시적 양상으로 보기에는 우려되는 바가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중국과의 무역구조의 변화이다. 1992년 수교 이후 30년 동안 상품무역 흑자를 유지해 왔으나 처음으로 3개월 연속으로 적자를 나타냈다. 특히 대중국 수출의 약 80%를 차지하는 중간재의 수출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감소한 반면 수입금액은 오히려 30% 이상 급증했다. 기계 설비 등 자본재 무역의 경우 2013년 17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이후 흑자 폭이 줄어들다가 2020년부터는 60억달러 적자로 반전되었고 올해는 상반기에 이미 59억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대중국 수출 감소세는 양적인 측면에서는 중국 경제성장 둔화와 코로나 봉쇄령의 영향이 크다. 한편 중국의 자본재와 중간재 생산력과 품질 경쟁력이 향상된 결과로써 질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대중국 자본재와 중간재 수입의 현저한 증가세가 이를 방증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10년간(2010-2019) 중국과 홍콩에 대한 우리나라의 상품무역 흑자 규모는 600억-1,000억달러 수준이었다. 이 흑자 규모의 80-90%를 차지하는 중간재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됨으로써, 대중국 상품무역 적자는 전세계 무역수지 적자의 주된 요인이 되었다. 소비재의 무역수지에는 뚜렷한 변동성이 없다.
에너지 자원, 식량자원 및 원자재의 가격이 급등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수입 대체제를 단기적으로 고안해 내기가 어렵다. 가격 안정화를 기대하며 글로벌 생산과 공급망 변화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 중간재와 자본재 수출 증대에 승부수를 두기 위해서는 우리의 산업과 무역구조를 변혁해야 한다.
대중국 무역적자 발생 구조에 주목하는 것이 중국 시장 탈출을 의미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미중 패권전쟁의 심화 시기에 중국 리스크를 엄중하게 관리해야 하지만, 대중 무역을 지레짐작하여 약화시킬 필요는 없다. 오히려 중국의 경제적 추격에 초격차로 맞설 궁리에 몰두해야 한다. 만일 중국과의 중간재와 자본재 무역구조의 역전 현상이 고착화된다면 우리 경제는 단순한 무역적자 차원을 넘어 전반적인 중국 의존적 리스크에 사로잡힐 수 있다.
수출이 감소하고 수입이 증가하면 국내 산업 생산과 고용이 감소한다. 무역적자로 인해 환율 인상 요인이 발생하고 외국인 직접투자의 감소가 유발된다. 국내 투자와 산업혁신의 유인력이 약화되는 악순환이 점진적으로 굳어질 수 있다. 수출 증대와 무역흑자의 창출이 우리 경제의 유일한 전략은 아니지만 필요불가결한 활로이다.
무역적자가 복병임을 인지한다면 우회하거나 역공하면 된다. 미국, 아세안(ASEAN), 유럽에 대한 최근 수출 증가세를 확대하면서 자본재와 중간재의 대중국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혁신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디지털경제와 탄소중립경제 체제에서 중국 기술경쟁력을 압도할 수 있는 선도적 투자와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우리 산업과 무역이 글로벌 시장에서 유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 혁신이 절실하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출처 : 대한경제
우리 경제가 ‘무역적자’의 복병을 만났다. 올 4-7월 연속 상품무역에서 적자를 나타냈다. 4월의 24.8억달러 규모 적자 폭이 7월에는 46.7억달러로 거의 2배 증가했다. 상품 수출 규모가 21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수입 증가세가 더 커진 결과이다. 이대로라면 올해 무역적자 규모는 역대 최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7월까지 누적 무역적자 규모가 이미 150억달러를 초과했다.
원유, 천연가스, 석탄 등 에너지 자원 가격이 급등했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독일,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로 무역적자를 겪고 있다고 위안 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경제에는 바짝 긴장해야 할 요소들이 있다. 산업과 무역구조의 대외 의존도가 높고 환율의 변동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1997년 11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전까지 무역수지(상품수지)를 포함한 경상수지는 1993년을 제외한 1990-1996년 줄곧 적자를 기록했다. 1990년 경상수지 적자폭은 28억달러 수준이었으나 1996년엔 245억달러로 확대되었다. 부족한 외환은 대외 차입으로 충당되었다. 정부는 누적된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외국자본 유출을 우려하여 원화의 가치를 유지하려고 환율상승을 억누르고 있었다. 마침내 외환위기가 분출됐다. 1997년 10월 평균 환율 922원/달러는 1998년 1월 1,707원으로 1.9배 상승했다.
1998년부터 2021년까지 연간 경상수지는 지속적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후 흑자 폭은 크게 증대되어 올 6월 현재 외환보유고는 4,383억달러에 이른다. 1997년 외환위기 시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외환보유고가 확충되었지만 4개월 연속 상품무역 적자 폭의 확대는 산업과 무역구조에 경고등을 깜박이고 있다.
일시적 양상으로 보기에는 우려되는 바가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중국과의 무역구조의 변화이다. 1992년 수교 이후 30년 동안 상품무역 흑자를 유지해 왔으나 처음으로 3개월 연속으로 적자를 나타냈다. 특히 대중국 수출의 약 80%를 차지하는 중간재의 수출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감소한 반면 수입금액은 오히려 30% 이상 급증했다. 기계 설비 등 자본재 무역의 경우 2013년 17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이후 흑자 폭이 줄어들다가 2020년부터는 60억달러 적자로 반전되었고 올해는 상반기에 이미 59억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대중국 수출 감소세는 양적인 측면에서는 중국 경제성장 둔화와 코로나 봉쇄령의 영향이 크다. 한편 중국의 자본재와 중간재 생산력과 품질 경쟁력이 향상된 결과로써 질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대중국 자본재와 중간재 수입의 현저한 증가세가 이를 방증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10년간(2010-2019) 중국과 홍콩에 대한 우리나라의 상품무역 흑자 규모는 600억-1,000억달러 수준이었다. 이 흑자 규모의 80-90%를 차지하는 중간재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됨으로써, 대중국 상품무역 적자는 전세계 무역수지 적자의 주된 요인이 되었다. 소비재의 무역수지에는 뚜렷한 변동성이 없다.
에너지 자원, 식량자원 및 원자재의 가격이 급등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수입 대체제를 단기적으로 고안해 내기가 어렵다. 가격 안정화를 기대하며 글로벌 생산과 공급망 변화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 중간재와 자본재 수출 증대에 승부수를 두기 위해서는 우리의 산업과 무역구조를 변혁해야 한다.
대중국 무역적자 발생 구조에 주목하는 것이 중국 시장 탈출을 의미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미중 패권전쟁의 심화 시기에 중국 리스크를 엄중하게 관리해야 하지만, 대중 무역을 지레짐작하여 약화시킬 필요는 없다. 오히려 중국의 경제적 추격에 초격차로 맞설 궁리에 몰두해야 한다. 만일 중국과의 중간재와 자본재 무역구조의 역전 현상이 고착화된다면 우리 경제는 단순한 무역적자 차원을 넘어 전반적인 중국 의존적 리스크에 사로잡힐 수 있다.
수출이 감소하고 수입이 증가하면 국내 산업 생산과 고용이 감소한다. 무역적자로 인해 환율 인상 요인이 발생하고 외국인 직접투자의 감소가 유발된다. 국내 투자와 산업혁신의 유인력이 약화되는 악순환이 점진적으로 굳어질 수 있다. 수출 증대와 무역흑자의 창출이 우리 경제의 유일한 전략은 아니지만 필요불가결한 활로이다.
무역적자가 복병임을 인지한다면 우회하거나 역공하면 된다. 미국, 아세안(ASEAN), 유럽에 대한 최근 수출 증가세를 확대하면서 자본재와 중간재의 대중국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혁신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디지털경제와 탄소중립경제 체제에서 중국 기술경쟁력을 압도할 수 있는 선도적 투자와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우리 산업과 무역이 글로벌 시장에서 유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 혁신이 절실하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출처 : 대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