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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대선용 돈 살포, 경제위기 불 지른다

20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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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려하던 인플레이션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화폐적 요인은 경제 회복을 위해 풀린 막대한 자금이다. 세계 4대 중앙은행이 2020년 4월 이후 18개월 동안 공급한 금액은 무려 10조6000억 달러(약 1경2000조 원)이다. 실물적 요인으로는 미·중 갈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발생한 공급 애로와 코로나19로 인한 공급 충격이다. 실물의 수요 측 요인은 보복소비다. 이렇게 필요충분조건이 갖춰진 상태에서 세계 최대 천연가스 보유국이며 세계 2위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와, 유럽의 빵 공장 우크라이나가 전쟁하면서 국제유가와 식량 가격까지 올려 인플레이션의 뇌관을 쳤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2.2%에서 3.1%로 크게 높였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6%였다. 이것이 미국(7.5%)에 비해 절반도 안 된다고 얕보면 안 된다.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은 낮게 평가돼 있다. 소비자물가에서 주거비 비중은 매우 높다. 그런데 이에 주택가격 변동이나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세금의 변동은 포함되지 않고, 월세 변동만 포함된다. 지난해 부동산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폭등했지만, 소비자물가지수는 별로 오르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약간의 인플레이션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그러나 물가가 기대치를 초과하면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못 따라가기 때문에 근로자나 연금소득자들이 실물자산 보유자에 비해 손해를 봐 재분배가 악화한다. 인플레이션이 고착하면 물가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발생해서 다음 해 임금인상 요인이 된다. 그러면 임금인상은 다시 물가를 상승시키고, 이러한 악순환은 증폭되면서 고비용 구조를 낳고, 이는 수출에 악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더해서 현 상황에서는 심각한 경제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 인플레이션율이 예상보다 더 높게 나타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에 금리를 7회까지 올릴 수 있고, 그것도 베이비 스텝(0.25%) 대신 빅 스텝(0.5%)으로 올릴 가능성도 나온다.

이로 인해 비기축통화국들은 긴축발작(taper tantrum)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한국도 0.5%였던 기준금리를 1.25%로 올렸다. 미국의 금리 인상 폭에 따라 한국도 기준금리를 많이 올리면 최대 뇌관인 가계부채가 폭발할 수 있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4%가 넘어 주요 37개국 중 가장 높다. 기업부채는 가계부채보다 더 많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 비율이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인 15%나 된다. 지난 2년간 폐업한 점포만 60만 개가 넘고 자영업자 부채가 887조 원이 넘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가 3월 말로 다가오는데, 계속 유예만 할 수도 없다. 선거 이후에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줄을 이을 것이고, 물가상승 압력은 더 커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간부채의 폭발은 경제위기를 불러올 것이다.

이렇게 인플레이션이 경제위기로 비화할 수 있는 상황에서 여야 주요 후보들은 눈앞의 표만 의식하고 돈 풀기 경쟁에 여념이 없다. 이 위기의 시대에 국민은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물가를 안정시킬 경제 지도자를 고대하고 있다.


김승욱 중앙대 명예교수 경제학


출처 :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