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당내 대선후보 경선 규칙에서 ‘역선택(adverse selection)“의 방지 여부가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정치권이 무수한 크고 작은 일에 ’선택‘도 잘하지 못하면서 ’역선택‘까지 고려하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에컬로프(G. Akerlof) 교수는 1970년 “빛 좋은 게살구(Lemons) 시장: 품질 불확실성과 시장 메커니즘”이라는 논문을 통해 역선택의 문제를 처음으로 경제학 논의에 끌어들였다. 덕분에 그는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동료 경제학자인 그의 부인이 오바마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에 걸처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을 지냈고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재무부 장관인 옐런(J. Yellen)이다. 그는 중고자동차 시장, 보험시장, 비주류 계층의 고용시장 등에서는 정보가 비대칭적이어서 품질을 구별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내재되어 있다고 논증했다. 이로 인해 시장경제 체제에서 불확실성이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신뢰가 중요한 경제체제에서, 신뢰가 비공식적이고 문서화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담보되어야 교역과 생산이 가능하다는 통찰을 펼친 것이다.
경기침체로 기업 구조조정에 직면한 어떤 기업의 예를 들어 보자. 희망퇴직제도를 활용하여 고용조정을 단행했다.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이번 기회에 불성실하거나 생산성이 낮은 근로자가 퇴직하여 인사조직의 부담을 덜고 싶었다. 근로자들의 속마음의 정보는 알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유능한 근로자가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면서 이직하게 되었다. 즉 남아 있어야 할 역량있는 근로자는 떠나고 퇴직하기를 기대했던 근로자는 이직할 역량을 갖추지 못해 남아 있게 되는 역선택의 상황에 봉착하게 되었다. 경영진도 근로자도 각자 합리적 선택을 했지만 서로의 정보가 달랐고 신뢰를 공유하지 못한 결과이다.
국가를 당사자로 한 계약에서 최저가 낙찰의 원칙은 최저 품질 기준은 충족되었다는 신뢰를 전제로 한다. 발주기관은 사업 수행 역량이 우수한 업체가 단가도 낮추어 낙찰받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기술력과 고품질의 생산력을 갖추려면 연구개발 투자와 인적, 물적 자본 투자가 필요하므로 우수업체라고 해서 최저가 생산업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수업체가 고품질을 지향하면서 생산단가는 높을 수 있다. 물론 기술혁신으로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 만일 우수업체가 아니라 한계기업이 생존을 위해 최저가 수주에 집중한다면 발주기관은 최저가를 제시한 한계기업과 계약하게 되는 역선택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정부는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무겁게 부과하고 담보 대출을 더욱 제한함으로써 투기세 억제와 가격 안정화를 기대했다. 부동산의 실수요자이든 투자(투기)자이든 그들의 속내는 확인하지 못했다. 구매 경쟁자가 줄었으므로, 자금력이 있는 구매자는 더 쉽게 구매할 수 있었고 가격은 상승했다. 자금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는 구매가 더욱 어려워졌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을 간과함으로써 시장의 신뢰관계가 와해되어 정책의 역선택에 직면한 것이다.
역선택 현상이 불법이나 부조리의 결과는 아니다. 역선택이라는 용어 자체가 기대하지 않은 결과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비난거리는 아니다. 참여 당사자의 합리적인 선택 노력의 결과이다. 문제는 참여자들이 시장의 정보를 동일하게 공유하지 못하는 불확실성의 영향력이다. 그러므로 역선택 방지가 아니라 역선택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대처가 중요하다.
정치적 경선 규칙의 논란은 일시적이지만, 산업과 경제의 선택은 지속적이다. 역선택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경제정책의 목표와 효과를 복합적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정부의 시장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고 효과적인 경우가 있다. 하지만 섣불리 획일적으로 통제하려다가는 불확실성의 역공에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정책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시장과 산업활동에 쌍방적인 신호를 보내고 정보 공유의 범위를 넓여서 불확실성을 줄여 나아가야 한다.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경제적 신뢰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보완책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정보를 분석하고 선별하는 역량을 높여야 한다. 선별 기준을 책임성 있게 설정해야 한다.
역선택 현상은 시장의 기능과 정책의 추진 효과를 약화시키면서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왜곡할 수 있다. 대응책이 필요하다. 잔치에는 언제든지 불청객이 올 수 있다. 그렇다고 잔치를 포기할 수는 없다. 하객과 더 소통하고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불청객을 선별해 낼 역량을 향상시키면 된다. 경제의 역선택을 역선택에도 대응하는 경제로 전환시키는 역동력이 필요하다. 특히 건설산업은 그러하다. 역선택을 예방하려고 입낙찰 제도 시행의 불확실성을 차단하기보다는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선별력을 단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역사처럼 경제에도 도전과 응전이 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출처 : 대한경제
정치권의 당내 대선후보 경선 규칙에서 ‘역선택(adverse selection)“의 방지 여부가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정치권이 무수한 크고 작은 일에 ’선택‘도 잘하지 못하면서 ’역선택‘까지 고려하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에컬로프(G. Akerlof) 교수는 1970년 “빛 좋은 게살구(Lemons) 시장: 품질 불확실성과 시장 메커니즘”이라는 논문을 통해 역선택의 문제를 처음으로 경제학 논의에 끌어들였다. 덕분에 그는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동료 경제학자인 그의 부인이 오바마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에 걸처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을 지냈고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재무부 장관인 옐런(J. Yellen)이다. 그는 중고자동차 시장, 보험시장, 비주류 계층의 고용시장 등에서는 정보가 비대칭적이어서 품질을 구별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내재되어 있다고 논증했다. 이로 인해 시장경제 체제에서 불확실성이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신뢰가 중요한 경제체제에서, 신뢰가 비공식적이고 문서화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담보되어야 교역과 생산이 가능하다는 통찰을 펼친 것이다.
경기침체로 기업 구조조정에 직면한 어떤 기업의 예를 들어 보자. 희망퇴직제도를 활용하여 고용조정을 단행했다.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이번 기회에 불성실하거나 생산성이 낮은 근로자가 퇴직하여 인사조직의 부담을 덜고 싶었다. 근로자들의 속마음의 정보는 알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유능한 근로자가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면서 이직하게 되었다. 즉 남아 있어야 할 역량있는 근로자는 떠나고 퇴직하기를 기대했던 근로자는 이직할 역량을 갖추지 못해 남아 있게 되는 역선택의 상황에 봉착하게 되었다. 경영진도 근로자도 각자 합리적 선택을 했지만 서로의 정보가 달랐고 신뢰를 공유하지 못한 결과이다.
국가를 당사자로 한 계약에서 최저가 낙찰의 원칙은 최저 품질 기준은 충족되었다는 신뢰를 전제로 한다. 발주기관은 사업 수행 역량이 우수한 업체가 단가도 낮추어 낙찰받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기술력과 고품질의 생산력을 갖추려면 연구개발 투자와 인적, 물적 자본 투자가 필요하므로 우수업체라고 해서 최저가 생산업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수업체가 고품질을 지향하면서 생산단가는 높을 수 있다. 물론 기술혁신으로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 만일 우수업체가 아니라 한계기업이 생존을 위해 최저가 수주에 집중한다면 발주기관은 최저가를 제시한 한계기업과 계약하게 되는 역선택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정부는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무겁게 부과하고 담보 대출을 더욱 제한함으로써 투기세 억제와 가격 안정화를 기대했다. 부동산의 실수요자이든 투자(투기)자이든 그들의 속내는 확인하지 못했다. 구매 경쟁자가 줄었으므로, 자금력이 있는 구매자는 더 쉽게 구매할 수 있었고 가격은 상승했다. 자금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는 구매가 더욱 어려워졌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을 간과함으로써 시장의 신뢰관계가 와해되어 정책의 역선택에 직면한 것이다.
역선택 현상이 불법이나 부조리의 결과는 아니다. 역선택이라는 용어 자체가 기대하지 않은 결과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비난거리는 아니다. 참여 당사자의 합리적인 선택 노력의 결과이다. 문제는 참여자들이 시장의 정보를 동일하게 공유하지 못하는 불확실성의 영향력이다. 그러므로 역선택 방지가 아니라 역선택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대처가 중요하다.
정치적 경선 규칙의 논란은 일시적이지만, 산업과 경제의 선택은 지속적이다. 역선택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경제정책의 목표와 효과를 복합적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정부의 시장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고 효과적인 경우가 있다. 하지만 섣불리 획일적으로 통제하려다가는 불확실성의 역공에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정책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시장과 산업활동에 쌍방적인 신호를 보내고 정보 공유의 범위를 넓여서 불확실성을 줄여 나아가야 한다.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경제적 신뢰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보완책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정보를 분석하고 선별하는 역량을 높여야 한다. 선별 기준을 책임성 있게 설정해야 한다.
역선택 현상은 시장의 기능과 정책의 추진 효과를 약화시키면서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왜곡할 수 있다. 대응책이 필요하다. 잔치에는 언제든지 불청객이 올 수 있다. 그렇다고 잔치를 포기할 수는 없다. 하객과 더 소통하고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불청객을 선별해 낼 역량을 향상시키면 된다. 경제의 역선택을 역선택에도 대응하는 경제로 전환시키는 역동력이 필요하다. 특히 건설산업은 그러하다. 역선택을 예방하려고 입낙찰 제도 시행의 불확실성을 차단하기보다는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선별력을 단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역사처럼 경제에도 도전과 응전이 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출처 : 대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