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폰다와 오드리 헵번의 주연 영화 <전쟁과 평화>는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 실패 후 사랑과 평화의 싹이 트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전쟁 후 평화가 온다고 해서 전쟁이 필요한 것이 아니듯이,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사고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사고 후 안전 진단과 강화 대책은 필수적이지만 예방이 최우선이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4.6명으로 2012년 7.3명에서 상당히 감소했다. 사망자 총수는 2018년 2,142명에 이르기까지 증가해 왔으나 지난해에는 2,062명으로 감소했다. 2018년 기준 사망 원인으로는 54.7%가 업무상 질병이고, 현장의 직접적인 사고에 의한 사망은 45.3%였다. 건설업 사망자는 570명으로 전체의 26.6%를 나타냈으며, 업무상 질병 사망(14.9%)을 제외한 현장의 사망사고 가운데에서는 59.8%가 낙상 사고였다. 무심코 간과한 조치와 실수가 중대사고를 초래한 것으로 추론된다.
내년부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발효되기 전에 전쟁과 사고의 재발을 예방하기 위한 평화와 안전의 전략적 발상과 대책이 필요하다. 1962년 10월 쿠바의 혁명정부가 소련의 핵탄도미사일 배치를 추진하면서 미-소 핵전쟁의 위기가 발생했다. 이듬해 미국 케네디 대통령과 소련 흐루쇼프 서기장은 핫라인을 개설했다. 1990년 소련체제가 붕괴되기까지 우발적인 오판이나 기습에 의한 핵전쟁은 예방된 셈이다.
2005년 84세의 나이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토머스 셸링 교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갈등과 협력의 전략을 국방과 산업 정책에 적용했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 <갈등의 전략>(1960년)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력의 활용에 초점을 두었다. 요컨대 협상 당사자는 전략적 게임 참여자와 마찬가지이므로 흡연자의 금연 노력처럼 먼저 자신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하며 상대방에게 실질적인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전략적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우월적인 협상력에 의한 일방적인 통제도 아니고 부당한 압력에 대한 열세의 순종도 아니다. 미-소 핫라인 설치처럼 산업 현장의 갈등도 서로의 이해관계를 치밀하게 고려한 협상을 통해 예방하거나 최소화되어야 하며, 사회적 거래비용도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재해는 정부믄 물론 사업 경영자, 현장 관리자나 근로자 모두가 예방이나 피난을 원한다. 1982년 산업안전보건법을 시행한 이래 산업재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법제도적 기반과 정책 운용을 강화해 왔다. 사망사고에 의한 중대재해의 예방은 아무리 강조되어도 지나침이 없다. 관건은 어떻게 보다 효과적이고 공정한 방식을 활용하느냐이다.
일방적인 통제나 당위적 요구가 재해를 줄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지라도 지속가능하기는 어렵다. 청소년 자녀에게 “공부 열심히 해, 건강해”라고 주먹을 불끈 쥔다고 해서 기대를 효율적으로 성취하는 것은 아니다. 방문만 꽉 닫혀질 뿐이다.
셸링의 전략적 관점을 차용해 보자.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과 근로자를 협상 파트너로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협상은 갈등의 원인을 협력으로 해소하는 통로이자 수단이다.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유발될 수 있는 비용이 사전적으로 사업 예산에 포함되어야 한다. 보험금이 포함되는 것과 동일한 논리이다. 즉 재해 발생 정도와 구조적 여건, 사업 수행방식, 사고 발생 빈도와 확률 등에 대한 합리적인 예측에 근거하여 사업 현장의 중대재해 리스크를 고려하고, 사업 참여주체들이 사전적으로 수용할만한 경제적 유인력을 제공해야 한다. 중대재해 예방 비용에 대한 사적,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자발적인 예방 조치 이행과 책임을 효과적으로 부과할 수 있다. 산업재해의 유발 소지가 큰 사업은 기업과 근로자가 동의할 수 있는 차별적인 인건비, 관리비, 수익 예산이 책정되어야 한다.
기업으로서는 최고경영자 처벌의 경영 리스크 비용은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하다. 그런데 이러한 리스크 비용은 사후적인 제재로만 부과되고 사전적인 사업 예산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건설산업은 과잉경쟁의 결과로 기업의 견적가격과 입찰 시 예정가격, 낙찰가격에 격차가 발생하며 이로 인해 중대재해 예방 안전장치 마련 예산 부족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안전사고로써 중대재해는 근절되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뿌리를 잘라내려면 공정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최고경영자의 부담이 커지는만큼 당연히 사고는 감소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생각은 단견적이다. 정부와 국회가 통제자의 위치가 아니라 협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장기적인 실효성을 높일 것이다. 바람은 가두거나 막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재해가 되지 않도록 흘러보내야 한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출처 : 대한경제
헨리 폰다와 오드리 헵번의 주연 영화 <전쟁과 평화>는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 실패 후 사랑과 평화의 싹이 트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전쟁 후 평화가 온다고 해서 전쟁이 필요한 것이 아니듯이,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사고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사고 후 안전 진단과 강화 대책은 필수적이지만 예방이 최우선이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4.6명으로 2012년 7.3명에서 상당히 감소했다. 사망자 총수는 2018년 2,142명에 이르기까지 증가해 왔으나 지난해에는 2,062명으로 감소했다. 2018년 기준 사망 원인으로는 54.7%가 업무상 질병이고, 현장의 직접적인 사고에 의한 사망은 45.3%였다. 건설업 사망자는 570명으로 전체의 26.6%를 나타냈으며, 업무상 질병 사망(14.9%)을 제외한 현장의 사망사고 가운데에서는 59.8%가 낙상 사고였다. 무심코 간과한 조치와 실수가 중대사고를 초래한 것으로 추론된다.
내년부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발효되기 전에 전쟁과 사고의 재발을 예방하기 위한 평화와 안전의 전략적 발상과 대책이 필요하다. 1962년 10월 쿠바의 혁명정부가 소련의 핵탄도미사일 배치를 추진하면서 미-소 핵전쟁의 위기가 발생했다. 이듬해 미국 케네디 대통령과 소련 흐루쇼프 서기장은 핫라인을 개설했다. 1990년 소련체제가 붕괴되기까지 우발적인 오판이나 기습에 의한 핵전쟁은 예방된 셈이다.
2005년 84세의 나이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토머스 셸링 교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갈등과 협력의 전략을 국방과 산업 정책에 적용했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 <갈등의 전략>(1960년)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력의 활용에 초점을 두었다. 요컨대 협상 당사자는 전략적 게임 참여자와 마찬가지이므로 흡연자의 금연 노력처럼 먼저 자신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하며 상대방에게 실질적인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전략적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우월적인 협상력에 의한 일방적인 통제도 아니고 부당한 압력에 대한 열세의 순종도 아니다. 미-소 핫라인 설치처럼 산업 현장의 갈등도 서로의 이해관계를 치밀하게 고려한 협상을 통해 예방하거나 최소화되어야 하며, 사회적 거래비용도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재해는 정부믄 물론 사업 경영자, 현장 관리자나 근로자 모두가 예방이나 피난을 원한다. 1982년 산업안전보건법을 시행한 이래 산업재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법제도적 기반과 정책 운용을 강화해 왔다. 사망사고에 의한 중대재해의 예방은 아무리 강조되어도 지나침이 없다. 관건은 어떻게 보다 효과적이고 공정한 방식을 활용하느냐이다.
일방적인 통제나 당위적 요구가 재해를 줄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지라도 지속가능하기는 어렵다. 청소년 자녀에게 “공부 열심히 해, 건강해”라고 주먹을 불끈 쥔다고 해서 기대를 효율적으로 성취하는 것은 아니다. 방문만 꽉 닫혀질 뿐이다.
셸링의 전략적 관점을 차용해 보자.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과 근로자를 협상 파트너로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협상은 갈등의 원인을 협력으로 해소하는 통로이자 수단이다.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유발될 수 있는 비용이 사전적으로 사업 예산에 포함되어야 한다. 보험금이 포함되는 것과 동일한 논리이다. 즉 재해 발생 정도와 구조적 여건, 사업 수행방식, 사고 발생 빈도와 확률 등에 대한 합리적인 예측에 근거하여 사업 현장의 중대재해 리스크를 고려하고, 사업 참여주체들이 사전적으로 수용할만한 경제적 유인력을 제공해야 한다. 중대재해 예방 비용에 대한 사적,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자발적인 예방 조치 이행과 책임을 효과적으로 부과할 수 있다. 산업재해의 유발 소지가 큰 사업은 기업과 근로자가 동의할 수 있는 차별적인 인건비, 관리비, 수익 예산이 책정되어야 한다.
기업으로서는 최고경영자 처벌의 경영 리스크 비용은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하다. 그런데 이러한 리스크 비용은 사후적인 제재로만 부과되고 사전적인 사업 예산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건설산업은 과잉경쟁의 결과로 기업의 견적가격과 입찰 시 예정가격, 낙찰가격에 격차가 발생하며 이로 인해 중대재해 예방 안전장치 마련 예산 부족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안전사고로써 중대재해는 근절되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뿌리를 잘라내려면 공정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최고경영자의 부담이 커지는만큼 당연히 사고는 감소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생각은 단견적이다. 정부와 국회가 통제자의 위치가 아니라 협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장기적인 실효성을 높일 것이다. 바람은 가두거나 막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재해가 되지 않도록 흘러보내야 한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출처 : 대한경제